안녕하세요, 희명무역입니다.
"통관이요? 그건 대행사가 다 해주는 거 아니에요?"
이 말, 일주일에 두세 번은 듣습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맞는 말도 아니에요.
수입대행사가 서류 준비해주고, 관세사 연결해주고, 물류도 잡아주는 건 맞습니다. 근데 통관이라는 게 서류만 넣으면 뚝딱 되는 절차가 아니거든요. 수입신고서에 찍히는 이름이 누구 이름인지, 세금 내는 통장이 누구 통장인지. 결국 그 책임은 수입자한테 돌아옵니다.

오늘은 중국에서 물건 들여올 때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 건지, 통관이 정확히 어디서 어떻게 작동하는 건지, 한번 쭉 풀어보겠습니다. 처음 수입하시는 분들도 이해할 수 있게, 최대한 쉽게 쓸게요.
시작은 계약서부터인데, 여기서 벌써 갈립니다
중국 공장이든 무역상이든, 물건을 사겠다고 하면 제일 먼저 조건을 맞춥니다. 뭘 몇 개, 얼마에, 언제까지. 여기까진 당연한 이야기죠.
근데 하나 더 있습니다. 인코텀즈.
FOB, EXW, CIF. 이런 알파벳 세 글자가 계약서에 붙는데, 이게 뭐냐면 "배 타기 전까지 비용은 누가 내고, 배 탄 다음부터는 누가 내느냐"를 정하는 겁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운임이랑 보험 부담을 어디서 끊느냐는 이야기예요.
이거 대충 넘기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나중에 물건에 문제 생겼을 때 "이건 누구 책임이지?"가 여기서 결정됩니다. (보험 가입을 누가 해야 하느냐도 이 조건에 따라 달라져요)

수입대행사를 끼는 경우에는 이 협의 과정에 같이 들어가 주기도 합니다. 근데 대행사가 조건을 정해주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도와주는 역할이에요. 최종적으로 이 계약이 내한테 유리한지 불리한지는 내가 판단해야 합니다. 대행사한테 다 맡기고 나중에 "이런 조건인 줄 몰랐어요" 하시는 분들, 솔직히 좀 계십니다.
물건 다 만들었대요. 그다음은?

공장에서 생산 끝났다고 연락이 오면, 선적 준비에 들어갑니다. 이때 서류가 몇 장 나오는데, 이 서류들이 나중에 통관할 때 핵심 자료로 쓰입니다.
인보이스(상업송장)는 이 거래의 거래명세서 같은 겁니다. 뭘 얼마에 몇 개 샀는지가 다 적혀 있어요. 패킹리스트는 박스가 몇 개고 무게가 얼마인지. B/L(선하증권)은 배에 실었다는 증거 서류고, 항공이면 AWB가 나옵니다.

원산지증명서(C/O)는 FTA 적용받으려면 필요한 서류인데, 이건 모든 품목에 다 해당하는 건 아니에요. 품목이랑 협정에 따라 다릅니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갈 게 하나 있어요. 서류에 적힌 품명, 수량, 단가가 실제 화물이랑 맞는지. 이거 안 맞으면 통관에서 걸립니다. "아 그거 서류 오타예요" 라고 해도, 세관은 서류 기준으로 판단하거든요. 인보이스에 100개로 적혀 있는데 실물이 120개면, 그건 오타가 아니라 문제입니다. (이런 실수가 의외로 잦아요)

한국 도착. 여기서부터가 진짜입니다
화물이 인천이든 부산이든 도착하면, 이제 수입신고를 넣어야 합니다.
흐름을 간단히 말하면 이래요. 수입신고서 작성 → 과세가격 확정 → 관세·부가세 계산 → 세금 납부 → 신고 수리 → 화물 반출. 여섯 단계인데, 이 중에서 "수입신고 수리"가 끝나야 법적으로 수입이 완료된 겁니다. 그전까지는 아직 세관 관할 하에 있는 물건이에요.

"그냥 서류 내면 되는 거 아니에요?" 라고 물으시는 분들이 계신데, 서류 내는 건 시작이지 끝이 아닙니다. 세관에서 서류 심사 하다가 뭔가 걸리면 보정 요청이 나오고, 심하면 물품 검사까지 가거든요. 물품 검사 걸리면 컨테이너 열어서 확인하는 건데, 이때 시간이랑 비용이 추가로 나옵니다.

세금 계산, 복잡해 보이지만 구조는 단순합니다
관세 계산의 뼈대는 사실 간단해요.
상품 가격에 해외 운임이랑 보험료를 더합니다. 이게 CIF 가격이에요. 여기에 수입신고일 기준 관세청 고시 환율을 적용하면 원화 기준 과세가격이 나옵니다.
이 과세가격에 관세율을 곱하면 관세가 나오고, 과세가격이랑 관세를 합친 금액에 10%를 곱하면 부가세가 나와요. 끝입니다. 구조 자체는 이게 전부예요.

복잡해지는 건 여기서부터입니다.
관세율이 품목마다 다르거든요. 이걸 결정하는 게 HS코드라는 건데, 같은 물건처럼 보여도 소재가 뭐냐, 용도가 뭐냐에 따라 HS코드가 달라지고, 코드가 달라지면 관세율도 달라집니다. 8%짜리가 13%가 되기도 하고, FTA 적용받으면 0%까지 내려가기도 해요.
HS코드 분류가 애매한 품목은 사전에 관세사한테 확인받는 게 좋습니다. 내가 "이건 A 코드겠지" 하고 넣었는데 세관에서 "이건 B 코드입니다" 하면, 세금이 확 바뀌거든요. 그리고 반덤핑 관세나 세이프가드 대상인 품목은 추가 관세가 붙을 수 있어서, 이것도 미리 체크하는 게 안전합니다.

대행사가 해주는 것, 내가 져야 하는 것
여기가 핵심입니다. 많은 분들이 헷갈려하시는 부분이에요.
수입대행사가 해주는 건 뭐냐. 서류 준비, 물류 주선, 관세사 연결, 통관 진행 서포트. 이런 실무 작업을 대신 처리해주는 겁니다.

근데 사업자 명의로 수입하는 구조에서는, 수입신고서에 찍히는 이름이 내 회사 이름이에요. 그 말은, 신고 내용이 틀리면 내 책임이고, 세금 못 내면 내 체납이고, 인증 안 된 물건 들여오면 내가 걸린다는 뜻입니다.

KC 인증 대상 품목이 대표적인데, 이건 통관 전에 인증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물건이 항구에 도착했는데 KC 인증이 없으면? 통관이 안 돼요. 물건은 보세창고에 묶여 있고, 보관비는 매일 나가고. 이런 상황 되면 진짜 머리가 아파집니다.

"대행사가 알아서 확인해줬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법적으로는 수입자 확인 의무예요. 대행사한테 위임했다 해도, 최종 책임은 명의자한테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행사를 백 퍼센트 신뢰하더라도, 인증 대상인지 아닌지 정도는 내가 직접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아요.

참고로, 거래 구조에 따라 대행사 명의로 수입하고 국내에서 다시 거래하는 형태도 있습니다. 이 경우 책임 소재가 달라지긴 하는데, 어떤 구조로 진행되는 건지 계약 전에 반드시 확인하세요. "대행사 이름으로 하는 건지 내 이름으로 하는 건지" 이거 하나만 물어보면 됩니다.

신고 수리 떨어졌다고 끝이 아닙니다
수입신고 수리가 나면 물건을 뺄 수 있어요. 보세창고에서 반출해서 내 물류센터나 창고로 가져오는 거죠.
근데 여기서부터는 국내 유통 규정이 적용됩니다. 한국어 표시사항 붙어 있는지, 인증 마크 제대로 들어가 있는지, 세금계산서 발행은 어떻게 할 건지. 통관 끝났다고 막 팔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특히 식품이나 화장품, 전자기기 같은 품목은 통관 후에도 별도 검사나 신고 절차가 붙는 경우가 있어서, 내 품목이 어떤 규정에 걸리는지는 미리 파악해두는 게 맞습니다.
초보 수입자분들이 자주 물어보시는 것들
Q. 수입대행 쓰면 내가 할 일이 거의 없는 건가요?
→ 실무 작업은 대행사가 많이 해줍니다. 근데 의사결정은 내가 해야 해요. 어떤 조건으로 계약할지, HS코드 맞는지, 인증 필요한 품목인지. 이런 건 대행사가 대신 결정해주는 게 아닙니다.

Q. 통관에 보통 며칠 걸리나요?
→ 서류 깔끔하고 문제 없으면 1~3일이면 됩니다. 근데 물품 검사 걸리거나 서류 보정 나오면 일주일 이상 밀리기도 해요. 서류를 처음부터 정확하게 맞추는 게 시간 아끼는 길입니다.

Q. FTA 적용받으면 관세가 0원인가요?
→ 품목에 따라 다릅니다. 한-중 FTA 적용 가능한 품목이라도, 원산지증명서가 있어야 하고, 원산지 기준을 충족해야 해요. 무조건 0%는 아니고 인하되는 구조라고 보시면 됩니다. 관세사한테 내 품목이 해당되는지 미리 물어보세요.
Q. HS코드는 누가 정해주나요?
→ 관세사가 분류해줍니다. 근데 최종 판단은 세관이에요. 관세사가 A 코드로 신고했어도 세관에서 "이건 B입니다" 하면 B로 바뀝니다. 애매한 품목은 사전심사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통관은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모르면 당하는 구조예요. 한 번 흐름을 이해해두시면 두 번째부터는 수월합니다.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편하게 문의 주세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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